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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자동차

[신칸센 대폭파 (1975)] - 1500명을 태운 고속열차. 절대로 멈추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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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개봉한 일본영화인 신칸센 대폭파.

 

이 영화는 The Bullet Train이란 영어 제목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으며, 독일어권에서는 Panik-IM Tokio-Express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왔다.

1994년작 영화 '스피드'의 원조격인 영화이다.

1975년이면 일본이 아직 버블경제에 진입하기 전이었지만 여전히 두자릿수의 고도성장을 이어갔던 시기이며, 1975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4,683로 아직 미국 $7,713이나 프랑스 $6,673에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영국 $4,303이나 이탈리아의 $4,107달러보다는 높았다. 

 

참고로 1978년경이 되면 일본의 국민소득은 $8,800달러를 넘어서는데, 이 수치는 영국 $5,974와 핀란드 $7,639도 월등히 넘어설 정도의 수치가 된다. 북구 복지국가보다 더 잘사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이 영화에는 당시로서는 초호화 캐스팅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명배우들이 등장하는데, 히카리 109호의 기관사로 나오는 치바 신이치 (1939~2021), 폭파범 다카쿠라 켄 (1931~2014), 조연으로 경시청 형사부장 역의 탄바 테츠로 (1922~2006)등 많은 배우들이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봤다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다.

 

문제는 80km이하로 달리게 되면 폭탄이 터지기 때문에 도쿄에서 하카타까지 무려 1100km를 절대로 멈추지 않고 달려야 하는 절박한 이 영화에서도 많은 자동차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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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닛산 스카이라인 Nissan Skyline

(지붕에서 경광등이 튀어나온다)

영화의 중반부에 오토바이 추격전을 벌이기 위해 형사들이 타고 출동한 자동차. 이 차는 저 유명한 닛산 스카이라인이다. 스카이라인 차종은 이미 일본의 프린스 자동차가 만든 차종이고, 1967년 닛산이 프린스 자동차를 흡수합병하면서, 나름 고성능 차에 강점이 있는 이 스카이라인 모델을 이어받았다.

 

1972년 4세대 모델을 출시했는데, 당시로서는 매우 아름다운 유선형의 디자인에 (포드 머스탱이 바로 이 디자인이었다) 엔진도 4기통 1600cc, 1800cc, 2000cc, 직렬 6기통 2000cc, 2400cc엔진을 장착했으며 배기가스 규제로 결국 중지되었지만 고성능 버전인 GTR모델도 개발했었다.

 

1973년에 등장한 GT-R모델은 직렬 6기통에 2000cc의 엔진을 장착했었는데, 때마침 73년 12월 오일쇼크가 일어나면서 판매량은 200대도 되지 않을정도로 실패했고, 이후 1989년에 가서야 GT-R버전이 나오게 된다. 재미있는 것이 영화에서는 2도어 쿠페만 나왔지만 실제로는 4도어 세단, 왜건 모델도 나왔었다.

 

크기는 2도어 기준으로 4250  X 1625mm X 1395mm였으며 무게는 1톤정도의 지금 기준으로는 가볍고 작은 크기였지만 당시에는 일본을 비롯한 미국에서도 상당히 인기였고 특히나 6기통 2400cc모델은 호주에서 닷선 240K로 불렸으며 BMW5시리즈와 맞먹는 5,000 호주 달러에 판매되었다.

 

 

1972년부터 1977년까지 판매된 4세대는 67만대가 판매될 정도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당시 텔레비전 광고의 컨셉으로 켄&메리(Ken & Mary)를 사용했는데, 당시 도쿄에 살던 한 미국인 소녀를, 그리고 혼혈인 일본인 남성을 모델로 하여, 남녀간의 사랑을 광고에 아름답게 녹여내었다. 그래서 (일본어는 잘 모르지만) 유튜브에서 광고를 보다보면 "아이노 스카이라인"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게 된다.

 

지금은 무려 10세대 모델이 나왔으며, 일본에서는 닛산 스카이라인, 해외에서는 인피니티 Q50모델로 팔리는 차종이다. 

 

#2. 도요타 크라운 Toyota Crown

많은 일본영화에서 경찰차나 관용차, 일반인들의 고급모델로 많이 나오는 차량이 바로 이 도요타 크라운이다. 1955년. 처음 탄생한 이 차는 현대 포니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첫번째 고유모델이었으며, 발매 당시 주로 미국산 자동차를 선호하던 택시 기사들에게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이 차종은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상당히 친숙한 디자인일 것이다. 바로 1967년. 우리나라의 신진자동차가 도요타와 기술제휴를 맺고 나서 CKD(Complete Knock Down)형태로 국내에서 조립생산한 고급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972년 주은래 4원칙에 의해 도요타가 한국에서 철수할때까지 신진자동차를 통해 크라운, 퍼블리카, 코로나 등의 차량을 생산했었다.

 

4장의 사진 중 맨 위 두장에 해당 모델은 1968년형으로 3세대 모델 (1967~1971)이며 4년 동안 27만 7천여대가 팔려나갔다. 사진속 크라운은 매우 거대해 보이지만 이 당시는 미국차를 제외하고는 차량을 크게 만들지 못해서 지금기준으로는 작은 전장 4665mm 전폭 1690mm, 전고 1445mm정도였으며 엔진은 직렬 4기통 2000cc, 직렬 6기통 2000cc, 2300cc가 있었다.

 

이 당시 자동차들이 기술력의 한계로 작았는데, 이는 유럽도 마찬가지여서 벤츠 W114/W115 (E클래스의 전신) 모델도 전장 4680mm, 전폭 1772mm, 전고 1441mm로 크라운과 비교했을때 크기차이도 거의 없는 정도에 불과했다.

 

가격도 당시 기준으로 88만엔 정도 ($2,444)로 저렴한 편이었고(닛산 글로리아 6기통 모델이 105만엔정도였으니까) 크라운 시리즈가 워낙 인기차종이었던 덕에 판매량도 괜찮았다. 1955년~1962년 등장한 1세대 모델이 대략 15만 3,528대가 팔렸고, 1962~1967년 등장한 2세대 모델도 25만대나 팔려나갈만큼 일본 내에서는 도요타의 효자모델이었다.

 

이후 71년 등장한 4세대는 29만대, 74년 등장한 5세대는 무려 40만대가 넘게 팔렸고,  79년 등장한 6세대는 33만대, 83년 등장한 7세대는 54만대가 팔렸고 일본경제가 호황의 절정기이던 1990년 한해에만 23만 9858대가 팔리는등 대히트를 치게 된다. 2009년에는 일본 내수누적판매 500만대를 달성하는 등 일본에서 고급차의 상징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게 된다.

 

일본 고급차 시장에서 도요타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게 닛산의 세드릭과 글로리아였는데, 이 차종들도 일본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며, 경찰차의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사진 아래에 있는 크라운은 2세대 크라운으로 1962년에 등장했으며 크라운 중에 최초로 유럽에 수출된 크라운이다. 덴마크에 1963년부터 수출을 했으며, 미국에도 수출하였는데, 당시 미국 수출가는 $2,305달러로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었다. 아래에 소개할 쉐보레 임팔라의 이 당시 가격이 2,700달러 정도였기 때문이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8기통 2600cc엔진을 얹은 크라운 에이트가 등장하는데 차체도 4720mm X 1845mm X 1460mm로 크게 키웠는데, 당시 대기업 및 종합상사, 호텔 등의 미국차 수요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이 차의 개발로 인해 67년 도요타 센추리라는 거대 거함을 만드는 초석이 된다.

#3. 쉐보레 임팔라 Chevrolet Impala

사진 맨 오른쪽 하단에 검은색 차가 보이는데, 이 차는 미국산 쉐보레 임팔라이다. 1975년 당시 일본은 영국보다도 월등한 생활수준을 누릴만큼 부자가 되었지만 도요타 크라운이나 닛산 세드릭 정도로는 부유층의 니즈를 충족시킬수 없었다. 이 당시에도 종합상사나 은행, 대기업들의 사장단이나 고위 임원들은 일본산 고급차 대신 미국산 캐딜락이나 뷰익을 아주 선호했었다.

 

실제로 이 당시 야쿠자 영화나 기업 배경 영화를 보면 많은 기업들/야쿠자 간부들은 미국차를 많이 애용했었다. 1974년 영화인 인의없는 전쟁5편의 경우, 첫 화면에 등장하는 텐세이카이의 우두머리들은 아래 사진과 같이 미국차를 탔다.

사진 맨 왼쪽부터 크라이슬러 300, 머큐리 그랜드 마퀴스, 도요타 크라운, 포드 갤럭시

1970년대만 해도 일본에서도 부유층은 미국차를 선호했었고, 상당수의 자동차들이 왼쪽핸들인 상태로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오른쪽핸들 국가임에도 왼쪽핸들로 된 차들이 많이 들어왔던 것이다. 이시기 여전히 일본차는 중저가에 머물던 시절이었던 만큼 보다 더 강력한 성능을 원하는 부유층들에게는 오히려 일본차보다 미국산 자동차가 더 매력적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이 당시 벤츠 조차도 8기통이 별로 없었고 주로 6기통이었던 만큼 8기통의 강력한 힘은 주로 미국차가 제공했기 때문에, 이런 연유라고 생각된다.

 

쉐보레 임팔라 자체는 1958년에 등장했고 영화속 모델은 1971년형으로 5세대 임팔라에 해당한다. 사실 임팔리와 카프리스는 이시기 형제차로 나왔고 벨에어(Bel-Air)역시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다보니 차 세대가 다 똑같게 보인다. 1970년대 미국차 답게 크기도 엄청나게 커서 5662mm X 2019mm X 1382mm로 지금 기준으로도 매우 크며, 이 육중한 차체를 움직이기 위한 엔진도 대단했는데 인라인6기통 4100cc, 8기통 5700cc, 6600cc, 7400cc엔진이 있었으며 이 7400cc엔진의 경우 365마력의 강력한 힘을 냈다.

 

그러나 1973년 불어닥친 제1차 오일쇼크로 이와 같은 대형차들은 타격을 입게 되고 77년형 6세대 모델부터는 크기와 엔진을 모두 다운사이징하게 된다. 미국 영화에서 경찰차 등으로 많이 나오는 차량들이 바로 이 차들인데, 그런만큼 일본영화에도 나온다니 반가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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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차들이 있지만 이 정도로 신칸센 대폭파를 마무리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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